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마트에는 사계절 내내 모든 과일이 쌓여 있고, 한밤중에도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으며, 음식을 버리는 것이 굶는 것보다 흔한 일이 됐다. 앞선 일곱 화에서 본 굶주림 — 도토리를 우려내고, 흙을 먹고, 신발을 끓이고, 빵 125그램으로 하루를 나던 — 은 마치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기근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
2024년과 2025년, 시리아에서는 1,450만 명이 식량 불안에 시달렸고, 나미비아를 비롯한 남부 아프리카는 극심한 가뭄으로 수백만 명이 기아 위기에 놓였다. 기후 변화는 가뭄과 홍수와 폭염을 일상으로 만들고 있고, 그것은 곧 작황의 붕괴를 의미한다. EP.1에서 본 1816년 "여름 없는 해"처럼, 기후가 흔들리면 식탁이 흔들린다. 다만 이번에는 화산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 기후를 흔들고 있다.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7억 명에 이르고 식량 수요는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그 식량을 길러낼 땅과 물과 안정된 기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화는 미래의 기근을 본다. 그리고 그 기근에 맞서 인류가 다시 한번 발명하고 있는 새로운 식재료들 — 곤충, 수직농장의 채소, 실험실에서 자라는 고기 — 을 살핀다. EP.1에서 우리는 "굶주림이 음식을 발명한다"고 말하며 이 여정을 시작했다. 마지막 화에서 우리는 같은 명제를 미래형으로 다시 만난다. 다가올 굶주림이 지금 무엇을 발명하게 하고 있는가. 그리고 8천 년의 기근의 역사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EP.1을 기억하는가. 1815년 탐보라 화산이 폭발해 이듬해 북반구에 여름이 오지 않았고, 굶주린 사람들이 도토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했다. 그것은 자연이 일으킨 일회성 재난이었다. 그런데 21세기의 기후 위기는 다르다 — 그것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만든,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여름 없는 해"다. 폭염과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면서 세계 곳곳의 곡창지대가 흔들리고, 작황의 변동성이 커진다. 화산은 한 해의 재앙이었지만, 기후 변화는 세대에 걸친 도전이다.
동시에 우리는 EP.4에서 배운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마르티아 센이 말했듯, 기근은 식량의 절대량 부족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날 세계는 전 인류를 먹이고도 남을 식량을 생산하지만, 여전히 7~8억 명이 굶주린다. 그것은 분배와 권리의 실패다. 풍요와 굶주림이 같은 지구 위에 공존한다 — EP.7에서 본 과식의 사회와, 시리아·아프리카의 굶주리는 사회가 동시대에 존재한다. 미래의 식량 문제는 '얼마나 생산하느냐'만큼이나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이 위기 앞에서, 인류는 다시 새로운 식재료를 발명하고 있다. 8천 년의 기근의 역사가 그랬듯이 — 굶주림은 언제나 발명의 어머니였다. 다만 이번에는 산에서 도토리를 줍거나 들에서 쑥을 뜯는 것이 아니다. 곤충을 사육하고, 빌딩에서 채소를 기르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한다. 위기의 식재료가 농촌에서 첨단 시설로 옮겨간 것이다. 이제 그 세 가지 미래 식재료를 살펴본다.

곤충은 미래 식량 후보 중 가장 역설적인 존재다. 가장 오래된 식량이면서 동시에 가장 새로운 단백질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곤충을 먹어왔고, 지금도 약 20억 명이 1,900여 종의 곤충을 일상적으로 먹는다. 한국만 해도 번데기는 친숙한 간식이다. 곤충이 '미래 식량'으로 재조명된 것은 2013년 FAO가 식량 안보 대안으로 공식 주목하면서다. 같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소·돼지보다 땅·물·사료를 훨씬 적게 쓰고 온실가스도 적게 내뿜으니, 기후 위기 시대에 이상적인 단백질원이라는 것이다.
곤충의 최대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혐오감이다. 영양도 좋고 환경에도 좋지만, 많은 사람이 벌레를 음식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데 이 문제를 푸는 방식이 흥미롭게도 이 시리즈의 첫 화와 닮아 있다. EP.1에서 인류는 쓴 도토리를 그냥 먹을 수 없어 물에 우려내는 탈삽 기술을 발명했다. 오늘날 곤충 산업은 거부감을 '가공'으로 넘는다 — 곤충을 통째로 내놓는 대신, 곱게 갈아 분말로 만들어 빵·파스타·단백질바에 넣는다. 형태를 가리면 거부감이 줄어든다. 굶주림 앞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을 먹게 만드는' 인류의 오랜 기술이, 21세기엔 곤충 분말로 이어지고 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거의 모든 기근은 결국 날씨와 연결돼 있었다. EP.1의 화산, EP.2의 감자 역병(저온 다습), EP.3 조선의 가뭄과 냉해, EP.5 중국의 작황 실패, 그리고 EP.8의 기후 위기까지 — 하늘이 흔들리면 식탁이 흔들렸다. 1만 년의 농경 역사에서 작물은 늘 날씨에 의존했고, 인간은 늘 하늘을 올려다보며 농사를 지었다. 수직농장은 그 의존을 끊으려는 시도다. 건물 안에서, LED 불빛 아래, 컴퓨터가 관리하는 온도와 양분으로 채소를 기른다. 가뭄도 폭염도 홍수도 그 안에는 없다.
그러나 수직농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다. LED 조명과 공조 시스템에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가, 재생에너지가 충분히 싸지지 않으면 '친환경'이라는 명분이 무색해진다. 또 상추나 허브 같은 가볍고 빨리 자라는 잎채소에는 유리하지만, 인류를 먹여 살리는 쌀·밀·감자 같은 주식 작물에는 아직 경제성이 없다. 수직농장이 샐러드는 길러도 한 끼 밥은 아직 짓지 못하는 것이다. 미래 식량의 한 조각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대체육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배양육 — 동물 세포를 실험실에서 길러 만든 '진짜 고기'다. 2020년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로 배양 닭고기 판매를 승인했고, 2022~2023년 미국이 그 뒤를 따랐다. 도살 없이 고기를 얻고, 축산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자원 소비를 줄인다는 점에서 기후 위기의 해법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아직 비용이 비싸고 대량 생산이 어려워,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고기 아닌 고기'라는 발상은 결코 새롭지 않다. 이전 시리즈 '종교가 바꾼 식탁'에서 우리는 불교 사찰의 채식 모방육, 콩으로 만든 두부와 밀고기를 보았다. EP.4의 벵골에서 달(콩)은 '가난한 자의 고기'였다. 고기를 먹을 수 없거나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콩으로 단백질을 얻는 지혜는 수천 년이나 됐다. 오늘날의 식물성 대체육은 그 오래된 지혜의 첨단 버전이고, 배양육만이 정말로 새로운 기술이다. 굶주림과 제약이 음식을 발명한다는 이 시리즈의 명제가, 미래에도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 시리즈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다 — 굶주림은 인류의 식탁에 무엇을 남겼는가. 여덟 화에 걸쳐 우리는 그 답을 따라왔다. EP.1에서 굶주림이 도토리묵과 쑥과 칡을 발명했고, EP.2에서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이 이민과 코른드 비프를 낳았으며, EP.3에서 조선이 기근을 국가 문서로 체계화했고, EP.4에서 벵골 대기근이 기근은 식량이 아니라 권리의 문제임을 보여줬다. EP.5에서 중국 대약진의 기근이 인재의 극단을 드러냈고, EP.6에서 레닌그라드가 굶주림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사람이 미래를 위해 씨앗을 지킬 수 있음을 증언했다. EP.7에서 기근의 기억이 라면과 과식 문화로 남았고, EP.8에서 우리는 다가올 기근과 그것이 발명하는 새 식재료를 만났다.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진실이 있다. 기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것. 굶주림은 사람을 죽였지만,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게 했다. 먹을 수 없던 것을 먹는 기술, 버려지던 것을 음식으로 바꾸는 지혜, 다음 세대를 위해 씨앗을 지키는 마음. 오늘 우리가 건강식이라 부르는 도토리묵도, 향토 음식인 막국수도, 국민 음식인 라면도 — 모두 굶주림이 발명한 것들이다. 우리가 먹는 것의 상당 부분은 사실 우리가 굶었던 기억의 산물이다.

| 에피소드 | 기근 | 기근이 남긴 것 |
|---|---|---|
| EP.1 굶주림의 발명 | 선사~근세의 구황 | 도토리묵·쑥·칡 — 탈삽 기술과 구황식의 탄생 |
| EP.2 아일랜드 | 감자 대기근(1845) | 이민·코른드 비프·종자 다양성의 교훈 |
| EP.3 조선 | 경신·을병 대기근 | 구황서·메밀막국수 — 기근의 국가적 체계화 |
| EP.4 벵골 | 벵골 대기근(1943) | 키츄리·센의 권리 이론 — "기근은 권리의 실패" |
| EP.5 중국 | 대약진 대기근 | 고구마잎 요리 — 인재(人禍)의 극단과 경고 |
| EP.6 레닌그라드 | 포위전 기근(1941) | 봉쇄의 빵·종자은행 — 굶주림 속 미래를 지킨 사람들 |
| EP.7 전후 | 보릿고개와 그 이후 | 라면·과식 문화 — 몸과 마음에 새겨진 기근의 기억 |
| EP.8 미래 | 기후 위기의 기근 | 곤충·수직농장·대체육 — 다가올 굶주림이 부르는 발명 |
8천 년의 기근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첫째, 제약은 창의의 조건이다.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인간은 먹을 수 없던 것을 먹는 법을 발명했고, 그 발명들이 쌓여 음식의 역사가 됐다. 둘째, 기근은 자연만의 일이 아니다. EP.4·5·6에서 보았듯 가장 큰 기근들은 정치와 권력과 전쟁이 만들었다. 셋째, 다양성이 생존이다. EP.2 아일랜드의 단작 붕괴와 EP.6 바빌로프의 종자은행은, 다양함을 지키는 것이 미래의 굶주림을 막는 길임을 가르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이 중요하다. EP.7에서 보았듯 굶주림의 기억은 "밥은 먹었니?"라는 인사로, 음식을 남기지 않는 습관으로, 한 그릇 더 권하는 마음으로 우리 안에 살아있다. 그 기억은 풍요의 시대에 과식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음식의 소중함을 잊지 않게 하는 닻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풍요는 영원하지 않을지 모른다. 기후 위기가 새로운 기근을 예고하는 지금, 8천 년의 기근의 역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 당신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시리즈의 마지막 레시피는 미래의 식탁을 상상하는 한 그릇이다. 식물성 콩고기(또는 두부)와 제철 채소를 올린 비빔밥에, 선택적으로 곤충 단백 분말을 더한다. 거창한 미래 식품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진 재료로 '지속 가능한 한 끼'를 만들어보는 시도다. 콩으로 단백질을 얻는 EP.4의 지혜, 채소를 중심에 두는 식단, 그리고 새로운 단백질에 마음을 여는 것 — 이것이 미래의 식탁이 우리에게 권하는 방향이다.
[콩고기 양념] 간장 1큰술 · 다진 마늘 1작은술 · 참기름 1작은술 · 후추 약간
[비빔 양념장] 고추장 2큰술 · 참기름 1큰술 · 매실청 1큰술 · 식초 1작은술 · 통깨
[미래 단백 토핑(선택)] 식용 곤충 분말(고소애·귀뚜라미 분말) 1작은술 — 고소한 견과 풍미. 거부감이 있으면 들깨가루나 견과 분태로 대체
1. 콩고기 볶기 식물성 콩고기(또는 으깬 두부)를 양념에 버무려 팬에 노릇하게 볶는다. 두부를 쓸 경우 물기를 꼭 짠 뒤 볶아야 고슬고슬하다.
2. 채소 준비 애호박·당근·표고는 채 썰어 소금 약간 넣고 각각 볶는다. 시금치·콩나물은 데쳐 참기름·소금에 무친다. 색이 다른 채소를 고루 준비하는 것이 보기에도 영양에도 좋다.
3. 담기 그릇에 밥을 담고 콩고기와 채소를 색 맞춰 둘러 올린다. 달걀 프라이(또는 반숙)를 가운데 올린다.
4. 미래의 한 스푼 곤충 단백 분말이나 들깨가루를 살짝 뿌린다. 비빔 양념장을 곁들여 비벼 먹는다.
포인트 이 한 그릇은 고기 없이도 충분한 단백질과 영양을 담는다. 콩고기·두부의 식물성 단백질, 채소의 비타민·식이섬유, 그리고 선택적 곤충 단백까지 — 적은 자원으로 균형 잡힌 한 끼를 만드는 미래 식단의 축소판이다.

미래의 식탁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비빔밥 한 그릇은 사실 이미 가장 지속 가능한 음식 중 하나다 — 제철 채소를 두루 쓰고, 적은 고기로도 충분하며, 남은 채소를 모아 한 그릇에 담는 알뜰한 음식이니까. 곤충 분말이 부담스럽다면 굳이 넣지 않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고기를 조금 줄이고, 채소를 늘리고, 새로운 단백질에 마음을 조금 열어두는 것. 이 시리즈를 따라오며 우리는 굶주림이 음식을 발명해온 8천 년을 보았다. 이제 그 발명의 다음 장은 우리가 매일의 식탁에서 쓴다. 무엇을 먹을지 고르는 그 작은 선택들이, 다가올 기근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한 술의 밥에도 세계의 미래가 담겨 있다.
| 주요 사실 | 한국어 참고 자료 | 영어·학술 참고 자료 |
|---|---|---|
| 2025 시리아 약 1,450만 명 식량 불안, 2024~25 나미비아 등 남부 아프리카 가뭄 기아 위기 | 관련 국제 기구·언론 보도 | Wikipedia "2025 hunger crisis in Syria"; "2024–2025 Namibia drought"; WFP·FAO 보고 |
| 2050년 세계 인구 약 97억, 식량 수요 약 60% 증가 전망(FAO) | 관련 국내 식량안보 자료 | FAO 식량 수요 전망;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
| 식용 곤충 — FAO 2013 주목, 소·돼지 대비 저자원·저탄소, 약 20억 명 섭취. 시장 2033년 약 179억 달러 전망 | 서울경제 "유망산업 식용곤충"; 식약처 식용곤충 자료 | FAO "Edible Insects" (2013); MDPI Foods "Insect-Based Proteins" (2024); 곤충 시장 전망 리뷰(2024) |
| 수직농장 — 데스포미어 1999 식물공장 개념, LED·수경, 에너지 비용·주식 작물 한계 | 위키백과 "수직농업"; 국내 스마트팜 자료 | Dickson Despommier, "The Vertical Farm"; 관련 농업기술 문헌 |
| 배양육 — 2020 싱가포르 세계 최초 승인, 2022~23 미국 FDA·USDA 승인(어사이드·굿미트). 대체육 시장 2025 약 18억→2035 약 290억 달러 | DBpia "미래 식량으로서의 대체육"(2023); 국내 배양육 연구 | Nature Comms "A conversation about cultivated meat"(2023); 배양육 규제·시장 리뷰(2020~2025) |
빵에 톱밥을 섞던 손이
씨앗을 끝까지 지키던 손이
이제 빌딩에서 채소를 기르고
실험실에서 고기를 키운다.
화산이 일으킨 여름 없는 해는
이제 우리 자신이 만든다.
그러나 굶주림은 여전히
발명의 어머니다.
8천 년의 기근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 —
제약은 창의의 조건이고
다양함은 생존이며
무엇을 먹지 않을지가
무엇을 먹을지를 정한다는 것.
한 술의 밥에도
세계의 과거와 미래가 담겨 있다.
그러니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역사와 식재료 (Food & Hi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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