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과 가룸
"'월급(salary)'이라는 단어는 소금(sal)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로마에서 소금은 돈과 같았다."
로마 군단이 행진한다. 5,000명이 넘는 병사들이 먼지 날리는 길 위를 하루 30킬로미터씩 걸어간다. 그들이 든 것은 검과 방패만이 아니다. 각자의 어깨에는 16일치 식량이 매달려 있다. 밀가루, 소금, 식초. 이것이 로마 군단의 무기였다.
전쟁을 이기려면 병사를 먹여야 한다. 고대의 어느 장군도 이 진실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먹이는 행위 속에서 인류는 식품 역사를 바꿀 발명들을 쏟아냈다. 통조림도, 인스턴트 커피도, 스팸도 모두 전쟁 속에서 태어났다. 이 시리즈는 그 이야기를 추적한다.
첫 번째 재료는 가장 단순한 것이다. 소금. 그리고 그 소금으로 만든 발효 소스, 가룸.

화폐. 월급의
어원이기도 하다
발효시킨 로마의
피시 소스
죽. 병사들의
주식
식수 소독 겸
음료
로마 최초의 간선도로 중 하나인 살라리아 가도(Via Salaria)는 이름부터 '소금 길'이다. 기원전 4세기 무렵 건설된 이 도로는 아드리아해 연안의 소금 산지에서 로마 시내로 소금을 운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금이 도로를 만든 것이다.
로마군에서 소금의 역할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섰다. 행군 중 병사들에게는 소금이 배급됐고, 상처 소독에도 쓰였으며, 식량을 절이는 보존제로도 활용됐다. 절인 돼지고기, 생선, 올리브. 이 모든 것이 소금 없이는 불가능했다.
"로마 병사가 소금으로 월급을 받았고, 그래서 salary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랫동안 회자됐습니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보도한 뉴질랜드 고전학자 피터 게인스포드의 연구(2013)에 따르면, 실제로 소금으로 급여를 지급했다는 명확한 고대 기록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salarium'이라는 단어가 '소금 구입을 위한 수당'을 의미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소금 자체를 직접 지급했다는 증거는 불확실합니다. 좋은 이야기이지만 — 학문적으로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논란과 별개로, 소금이 로마 경제와 군사 시스템의 핵심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표현 "worth his salt"도 로마 시대에서 왔다. 소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 병사, 즉 진짜 전사를 의미했다.

폼페이 도심에는 이상한 냄새가 진동하는 건물들이 있었다. 거리의 쪽방 한 켠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멸치와 내장과 소금을 층층이 쌓아 항아리에 담고, 한여름 태양 아래 몇 주씩 발효시키는 것. 이것이 가룸(Garum)이었다.
냄새가 워낙 지독해서 폼페이 당국은 가룸 공장을 도시 경계 바깥에 짓도록 규제했다. 그런데도 제국 전역에서 주문이 밀려들었다. 은만큼이나 값나가는 최고급 가룸 '가룸 소시오룸(garum sociorum)'은 브랜드를 붙여 암포라(도자기 항아리)에 담겨 수출됐다.
가룸은 현대의 동남아시아 피시 소스, 한국의 액젓과 만드는 방식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생선과 소금을 층층이 쌓고, 일주일간 햇빛에 쬔 뒤, 20일간 막대로 저어가며 숙성시켜 위에 뜬 액젓을 떠낸다. 로마 요리사 아피키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가룸은 고기, 채소, 심지어 와인에도 들어갔다. 오늘날 우리가 케첩이나 간장을 쓰듯이.
전선의 병사들도 가룸을 먹었다. 폴렌타(밀죽)와 딱딱한 건빵에 가룸 몇 방울은 유일한 '맛'이었다. 철학자 세네카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룸을 모르고 먹었다가 속을 버렸다고 불평했다. 그만큼 강렬했다.


로마 군단병의 하루 식단은 놀랍도록 단순했다. 그리고 의외로 풍성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폼페이를 뒤덮었다. 그 덕분에 2014년 발굴된 식료품점 항아리에서 가룸의 성분을 분석할 수 있었다 — 멸치, 허브, 소금. 2,000년 전의 레시피가 화산재 속에 보존되어 있었다.
가룸은 서로마 제국의 멸망(476년)과 함께 서유럽에서 점차 사라졌다. 동로마에서는 15세기까지 살아남았다. 그 유전자는 이탈리아 캄파냐 주의 앤초비 소스 '콜라투라 디 알리치', 동남아시아의 피시 소스, 그리고 한국의 액젓으로 이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소금. 'salary', 'sauce', 'salsa', 'sausage', 'salad' — 이 단어들은 모두 라틴어 'sal(소금)'에서 왔다. 로마 군단이 밟고 간 자리마다, 소금의 흔적이 언어 속에 남아있다.


로마의 병사들이 소금길을 걷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월급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샐러드에도 다른 이름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
"군대는 밥심으로 행진한다.
(An army marches on its stom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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