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6 - [역사와 식재료] -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6)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6)
6화 — 유럽의 유제품 발효, 치즈의 수천 년 / 치즈·버터·케피르누군가 실수를 했다.양이나 소의 위장으로 만든 주머니에 젖을 담아 이동하던 중 — 며칠이 지나 열어보니 젖이 굳어 있었다.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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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7 - [역사와 식재료] -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7)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7)
7화 — 동남아시아의 발효, 생선이 소스가 되기까지 / 피시소스·발효새우젓(까삐)생선이 썩으면 버려야 한다.그런데 어느 더운 나라에서는 버리지 않았다.소금을 뿌렸다. 항아리에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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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발효와 종교, 술을 금하고 빵을 성화하다 / 코셔 와인·누룩 없는 빵·할랄 발효
신은 발효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떤 신은 술을 선물이라 했다. 디오니소스는 포도를 인간에게 줬고, 기독교의 신은 물을 와인으로 바꿨다. 어떤 신은 술을 금했다. 알라는 무슬림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 했고, 그 금기는 14억 인구의 식탁을 지금도 규정한다.
같은 발효가 어떤 종교에서는 성스럽고, 어떤 종교에서는 불결하다.
이상한 일이다. 발효는 자연현상이다. 효모가 당을 분해하고 알코올이 생기는 것은 신이 만든 법칙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을 어떤 신은 받아들이고 어떤 신은 거부한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그 금기와 성화가 식문화를 어떻게 바꿨을까.

📜 역사와 문화
유대교 — 누룩 없는 빵과 코셔 와인
유대교와 발효의 관계는 복잡하다. 와인은 축복하고, 누룩은 추방한다.
유월절(pesach, 파사흐)은 유대교 최대 명절 중 하나다.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이 절기에 유대인은 8일 동안 누룩이 들어간 모든 음식을 먹지 않는다. 누룩(chametz)은 집 안에서 완전히 없애야 한다. 빵 부스러기 하나도 남기면 안 된다. 이 기간에 먹는 빵이 마짜(matzah) — 밀가루와 물만으로 18분 안에 구워낸, 발효 없는 납작한 빵이다. 18분인 이유는 그 이상이면 자연 발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왜 누룩을 금하는가. 성경의 설명은 이렇다 — 이집트를 탈출할 때 시간이 없어 빵 반죽이 부풀기를 기다릴 수 없었다. 역사적 기억을 몸으로 되새기는 의식이다. 그러나 랍비 전통에서 누룩은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부풀어 오르는 것 — 교만, 자아의 팽창, 악한 충동의 상징. 유월절은 그것을 몸 안에서도 집 안에서도 비워내는 시간이다.
반면 와인은 유대교에서 성스럽다. 안식일(샤밧)마다 포도주잔을 들고 키두시(kiddush, 축복 기도)를 한다. 유월절 세데르(seder) 식사에서는 네 잔의 와인을 의무적으로 마신다. 단, 코셔(kosher) 와인이어야 한다. 포도 재배부터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유대교 율법을 지키는 유대인이 다뤄야 한다. 비유대인이 손을 댄 와인은 코셔가 아니다. 이 규정은 2000년 넘게 유럽 유대인 공동체가 자체적인 와인 생산망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가톨릭 — 발효를 성체로 만들다
가톨릭은 발효를 가장 극적으로 성화한 종교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빵을 떼고 와인을 들었다. "이것은 내 몸이다. 이것은 내 피다." 이 순간부터 빵과 와인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게 됐다. 성찬(Eucharist) — 가톨릭 전통에서 빵과 와인은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한다(화체설, transubstantiation). 2000년 동안 매일,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성당에서 발효된 포도주가 제단에 올라갔다.
발효 빵인가 무발효 빵인가는 가톨릭 역사에서 작지 않은 분쟁이었다. 동방 정교회는 발효 빵(프로스포라)을 쓴다 — 누룩이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고 본다. 가톨릭은 무발효 빵(호스티아)을 쓴다 — 최후의 만찬이 유월절 식사였으므로 마짜를 썼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차이는 1054년 동서 교회 분열의 여러 이유 중 하나였다. 빵 하나가 가톨릭을 둘로 나눈 셈이다.
수도원의 맥주와 와인도 가톨릭 발효 문화의 중요한 축이다. 6화에서 치즈를 완성한 수도사들은 맥주와 와인도 양조했다. 금식 기간에 수분과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 — "액체는 금식을 깨지 않는다"는 해석이 허용됐다. 중세 유럽 수도원 맥주 전통에서 지금의 트라피스트(Trappist) 에일이 나왔다. 벨기에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맥주는 지금도 세계 최고급으로 꼽힌다.


이슬람 — 금기가 만든 발효 문화
이슬람은 술(khamr)을 금한다. 꾸란에는 술에 관한 구절이 세 번 나오는데, 처음에는 이로움과 해로움이 공존한다 했다가, 다음에는 예배 전에 마시지 말라 했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금했다. 이 점진적 금지는 초기 이슬람 공동체가 술 문화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반영한다.
술을 금했다는 것이 이슬람이 발효를 금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슬람 세계는 오히려 비알코올 발효 문화를 극도로 발달시켰다.
아이란(Ayran) — 요거트를 물에 희석한 터키의 국민 음료. 발효유이지만 알코올이 없다. 중앙아시아 유목 문화에서 기원해 이슬람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케피르와 쿠미스 — 중앙아시아 이슬람 지역에서 마유(馬乳) 발효 음료 쿠미스(kumis)는 미량의 알코올을 포함한다. 이것이 허용되는가를 두고 이슬람 법학자들 사이에 오랜 논쟁이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허용, 일부에서는 금지 — 지금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콤부차와 식초 — 알코올이 생성되지 않거나 아세트산으로 전환되는 발효는 이슬람에서 문제없이 허용된다. 식초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직접 칭찬했다는 하디스(hadith) 기록이 있다. 이슬람 세계의 식초·절임 문화가 발달한 배경 중 하나다.
술 금지는 이슬람 세계에서 커피 문화를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15~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커피하우스(카흐베하네)는 술집 대신 사람들이 모이는 사교 공간이 됐다. 유럽의 커피하우스 문화는 이슬람 커피 문화가 서쪽으로 전파된 것이다.


불교와 힌두교 — 발효의 또 다른 시선
불교의 발효관은 종파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상좌부 불교(동남아시아)는 술을 오계(五戒) 중 하나로 금한다. 그러나 음식 발효 자체를 금하지는 않는다 — 동남아시아 불교 사원에서 피시소스와 발효 음식은 일상이다.
선종 불교는 일본에서 미소와 두부를 완성했다(4화). 사찰 음식은 발효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다. 고추장, 된장, 간장을 쓰는 한국 사찰 음식도 마찬가지다. 불교는 육식을 제한했지만, 발효로 만드는 감칠맛과 단백질은 그 빈자리를 메웠다.
힌두교에서 소는 성스럽고, 소의 산물 — 우유, 버터, 요거트 — 도 성스럽다. 정화 의식에 기(ghee, 정제 버터)가 쓰인다. 인도의 라씨(lassi, 발효유 음료)와 다히(dahi, 요거트) 문화는 힌두교의 소 숭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 영양과 과학
종교적 발효 관행 뒤에는 종종 과학적 근거가 숨어 있다.
마짜의 18분 규칙 — 야생 효모가 밀가루 반죽에서 활동을 시작하려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18분은 자연 발효가 의미 있게 시작되기 전 굽기를 마칠 수 있는 시간이다. 종교적 규정이 우연히 미생물학적으로도 정확한 경우다.
코셔·할랄의 식품 안전 — 코셔와 할랄 규정 중 상당수는 현대 식품 위생학과 겹친다. 도축 방식, 피 제거, 특정 동물 금지 등은 기생충·세균 감염 위험이 높은 식품을 피하는 경험적 지혜가 종교 율법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 물론 모든 규정이 위생 목적은 아니며, 종교적 의미가 본질이다.
알코올 발효의 임계점 — 이슬람 법학에서 쿠미스 허용 논쟁은 알코올 농도 기준과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쿠미스의 알코올 도수는 0.5~2.5%. 현대 식품 기준에서 0.5% 이하는 무알코올로 분류한다. 종교법과 식품과학이 같은 숫자를 두고 다른 언어로 논쟁한 셈이다.
트라피스트 맥주의 자연 발효 — 벨기에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는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난다. 효모가 살아있는 채로 병입되어 탄산과 복잡한 풍미를 만든다. 이 '병내 2차 발효' 방식은 수도사들이 수백 년에 걸쳐 경험으로 완성한 기술이며 현재 최고급 에일 생산의 표준 중 하나다.

🍽️ 대표 요리와 활용
🫓 마짜 볼 수프(Matzah Ball Soup) — 유월절 세데르의 핵심 음식. 마짜를 갈아 계란·기름과 섞어 경단을 빚고 닭 육수에 넣는다. 누룩 없는 빵이 수프 속 경단이 됐다. 단순하지만 유대인에게는 수천 년의 기억이 담긴 맛이다.
🍷 트라피스트 에일 페어링 — 벨기에 트라피스트 맥주(Chimay, Orval, Westvleteren 등)는 짙고 복잡한 과일향과 효모 풍미를 가진다. 수도원 치즈나 호밀빵과 함께 먹는 것이 전통이다. 수도원이 만든 치즈와 맥주가 같은 식탁에 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 라씨(Lassi) — 인도의 요거트 음료. 플레인·망고·장미수 버전이 있다. 힌두교 성지 순례길에서 가장 흔히 파는 음료다. 발효유의 유산균이 인도의 강렬한 향신료 음식 후 소화를 돕는다.
🫙 이슬람식 절임 채소(Torshi) — 이란·터키·레반트 지역의 식초 기반 절임 채소. 콜리플라워, 당근, 고추, 오이를 식초와 소금에 담근다. 무함마드가 칭찬했다는 식초의 발효가 이슬람 식탁에서 꽃핀 형태다.
🍞 이스터 브레드(Tsoureki) — 그리스 정교회의 부활절 빵. 발효 반죽에 마스틱(수지), 오렌지 껍질을 넣고 땋아 구운다. 동방 교회가 발효 빵을 성스럽게 여기는 전통의 현재형이다. 부활절 아침 교회에서 나눠 먹는 의식이 지금도 이어진다.
💡 종교 식이 규정과 발효 식품 선택 코셔·할랄 인증 피시소스나 젓갈을 찾는다면 성분표에서 돼지 유래 성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흥미로운 점은 코셔·할랄 인증 제품이 종교적 이유 외에도 식품 관리 기준이 엄격하다는 이유로 일반 소비자에게도 선호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코셔 식품 시장의 실제 구매자 중 유대인 비율은 30% 미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어떤 신은 발효를 성체로 만들었고, 어떤 신은 발효를 금했다. 그런데 금한 신의 신도들은 더 다양한 무알코올 발효를 발명했다. 발효는 막을 수 없었다. 신이 만든 자연 법칙이었으니까. 종교는 발효의 방향을 바꿨을 뿐 —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 역사적 배경 확인
유월절 chametz 금지·마짜 18분 규칙 ✅
안식일 키두시·유월절 네 잔 와인 코셔 규정 ✅
1054년 동서 교회 분열과 발효빵·무발효빵 논쟁 ✅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 전통·병내 2차 발효 ✅
꾸란의 음주 금지 점진적 계시 3단계 ✅
오스만 커피하우스(카흐베하네) 15~16세기 ✅
무함마드 식초 칭찬 하디스 기록 ✅
코셔 식품 시장 유대인 구매자 30% 미만 통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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