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와 식재료 (Food & History)

[발효의 역사 EP.5] 김치와 젓갈의 역사 — 한국 발효 음식 막걸리가 만들어진 이유

by 소금꽃한스푼 2026. 4. 26.

2026.04.25 - [역사와 식재료] -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3)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3)

3화 — 포도주와 지중해 문명, 신의 음료가 된 과정 / 포도가 시간을 만났을 때물을 믿을 수 없었다.고대 지중해 세계에서 강물과 우물물은 늘 위험했다. 기생충, 세균, 오염. 마시면 탈이 나는 일

hanzoomworld.tistory.com

2026.04.25 - [역사와 식재료] -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4)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4)

4화 — 동아시아의 발효, 콩이 시간을 만나다 / 된장·간장·미소·낫토콩은 처음부터 먹기 좋은 식물이 아니었다.날것으로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 독성 성분도 있다. 딱딱하고 비리고 맛도 없다.

hanzoomworld.tistory.com

5화 — 한반도의 발효, 김치는 어떻게 탄생했나 / 김치·젓갈·막걸리


배추는 원래 김치가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아는 빨갛고 매콤한 김치 — 배추에 고춧가루를 바르고 젓갈을 넣어 항아리에 눌러 담는 그 김치 — 는 채 300년이 되지 않는다.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온 것이 임진왜란 이후, 16세기 말이다. 고추 이전의 김치는 빨갛지 않았다. 흰색이었다.

그렇다면 김치는 어디서 왔는가.

대답은 단순하지 않다. 김치는 어느 날 누군가가 발명한 것이 아니다. 수천 년에 걸쳐, 반도의 겨울과 소금과 시간이 함께 만든 것이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는 법은 인류 어디에나 있었지만, 한반도가 만든 것은 달랐다 — 젓갈이 들어갔고, 마늘이 들어갔고, 생강이 들어갔고, 결정적으로 고추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조합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맛을 만들었다.

김치는 한반도의 겨울이 강제한 발명이다. 그리고 그 발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김장김치


📜 역사와 문화

고추 이전 — 백김치의 세계

한반도에서 채소를 소금에 절인 기록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3세기)에는 고구려인이 발효 식품을 잘 만든다는 기록이 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절였는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소금 절임 채소의 역사는 길다.

고려시대 문헌에는 무, 오이, 순무, 미나리 등을 소금에 절이거나 장(醬)에 담근 기록이 나온다. 이규보(1168~1241)의 시 「가포육영(家圃六詠)」에는 무 김치를 여름에 담가 겨울을 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순무를 장에 담그면 여름을 버티고, 소금에 절이면 겨울 내내 먹는다"는 구절이다. 이 시기 김치는 소금·장·식초·술지게미 등으로 담갔다. 빨간색은 없었다.

조선 전기까지도 마찬가지였다. 1450년대 편찬된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수십 종의 김치 조리법이 나오는데,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은 하나도 없다.

임진왜란(1592~1598)이 분기점이었다. 일본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 원산지의 고추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았다. 약재로 먼저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다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한반도 음식을 바꿨다. 18세기 문헌부터 고춧가루를 넣은 김치가 등장한다. 19세기에는 결구배추(지금의 배추)가 중국에서 들어오면서 오늘날 형태의 배추김치가 완성됐다.

300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식재료 하나가 수천 년의 발효 전통을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놓았다.

김장 — 겨울을 저장하는 문화

한반도의 겨울은 길고 혹독했다. 한강이 얼고, 밭이 얼고, 신선한 채소가 사라졌다. 그 겨울을 버티기 위해 가을이 끝날 무렵, 집집마다 수백 포기의 배추를 절이고 버무려 항아리에 담았다. 이것이 김장이다.

김장은 단순한 식품 저장이 아니었다. 마을 전체가 함께했다. 이웃집 김장을 먼저 돕고, 그 이웃이 우리 집 김장을 돕는 품앗이 문화. 김치소를 버무리는 손, 뚝배기에 끓인 돼지 수육, 갓 담근 김치에 참기름 한 방울 — 김장날은 마을의 축제였다.

2013년 유네스코는 김장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음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공동체의 행위를 문명으로 인정한 것이다.

젓갈 — 김치의 숨은 주역

김치를 단순한 채소 절임과 다르게 만드는 결정적 요소는 젓갈이다. 새우젓, 멸치젓, 갈치젓, 황석어젓 — 지역마다 다른 젓갈이 들어가고, 그 젓갈이 김치의 맛을 결정한다.

젓갈의 역사는 김치보다 훨씬 오래됐다. 동아시아 피시소스(어장, 魚醬)의 한반도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생선이나 새우를 소금에 절여 수개월~수년 발효하면 단백질이 분해되어 극도로 농축된 감칠맛이 생긴다. 이것이 김치 속으로 들어가 배추와 섞이고, 함께 다시 발효된다. 젓갈은 김치 발효를 촉진하는 영양 공급원이자, 맛의 핵심이다.

젓갈 자체도 독립적인 반찬이다. 새우젓은 삼겹살의 동반자고, 어리굴젓은 겨울 밥상의 단골이며, 창란젓·명란젓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다. 한반도의 젓갈 종류는 수십 가지에 달한다. 이렇게 다양한 생선 발효 문화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막걸리 — 가장 오래된 한국의 술

막걸리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추정된다. 쌀이나 밀을 누룩(코지)으로 발효한 탁주(濁酒). '막 걸렀다'는 뜻처럼, 발효액을 거칠게 걸러낸 것이 막걸리다.

신라시대에 이미 곡주 문화가 있었고, 고려 시대에는 개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약주·청주 문화가 발달했다. 막걸리는 그 중 가장 대중적인 것이었다 — 쌀이 부족하면 밀이나 보리로, 누구나, 어디서나 담글 수 있었다.

조선 시대 막걸리는 농민의 술이었다. 모내기할 때, 추수할 때, 장터에서 — 막걸리는 노동의 음료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가정 양조가 금지되고 세금 부과를 위해 양조장 제도가 도입됐다. 이때부터 막걸리는 통제됐다.

1960~70년대 쌀 부족으로 정부가 쌀 막걸리를 금지하자 밀가루 막걸리 시대가 왔다. 그 맛이 오래 각인됐고, 일부 세대에게 막걸리는 '밀가루 냄새 나는 술'로 남았다. 이후 1990년대 쌀 막걸리가 부활하고, 2000년대 이후 막걸리 문화가 재조명되며 지금은 과일 막걸리, 단양 막걸리, 생막걸리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 영양과 과학

김치의 주인공 미생물은 **젖산균(Lactobacillus)**이다.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 삼투압으로 수분이 빠져나오고, 이 과정에서 유해균은 줄어들고 소금에 강한 젖산균이 살아남는다. 젖산균은 당을 분해해 젖산을 만들고, 이것이 김치의 특유한 신맛과 방부력을 만든다.

발효가 진행되면서 **류코노스톡(Leuconostoc mesenteroides)**이 먼저 활동하며 초기 발효를 이끌고, 이후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 plantarum) 등이 이어받아 숙성을 마무리한다. 갓 담근 김치와 묵은지의 맛이 다른 것은 이 미생물 군집의 변화 때문이다.

프로바이오틱 효과 — 김치 1g에는 수억~수십억 개의 유산균이 살아있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에 기여하며, 면역 기능과 연관된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축적되고 있다. 특히 COVID-19 유행 시기에 김치의 항바이러스 가능성에 관한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십자화과 채소의 기능성 — 배추는 십자화과 채소다.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가 발효 과정에서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전환되는데, 이 물질이 항암 활성을 보인다는 연구가 있다. 발효가 배추의 기능성 성분을 활성화하는 셈이다.

젓갈의 단백질 분해 — 젓갈 속 단백질은 자체 효소와 미생물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 이 중 유리 글루타민산이 우마미의 핵심이다. 젓갈이 김치에 들어가는 것은 단순히 맛 때문만이 아니다 — 젓갈의 효소가 배추 발효를 촉진하고, 풍미의 깊이를 만든다.

막걸리의 영양 — 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와 유산균을 함유한다. 단백질, B 비타민, 식이섬유의 일종인 올리고당도 들어있다. 한국 전통 막걸리에는 항산화 물질 파네솔(farnesol)이 검출됐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알코올 음료인 만큼, 건강 효과는 적정 섭취량의 전제 하에 이야기해야 한다.


🍽️ 대표 요리와 활용

🥢 배추김치와 수육 — 갓 끓인 돼지 수육에 막 담근 배추김치. 김장날의 맛. 기름진 돼지고기와 시원하고 아삭한 생김치의 대비가 서로를 완성한다. 재료 세 가지 — 돼지, 배추, 소금 — 의 발효가 모인 자리다.

🍲 묵은지 찜닭 / 김치찌개 — 오래 익은 묵은지는 생김치와 완전히 다른 식재료다. 산미가 깊어지고 질감이 부드러워진다. 묵은지 찜닭은 닭고기의 단백질과 묵은지의 젖산이 만나 전혀 다른 맛을 만든다. 김치찌개는 돼지고기 기름과 김치 산미의 화학적 결합 — 이 조합은 우연이 아니다.

🥘 나박김치 / 백김치 — 고추 없이 담그는 전통 방식의 김치. 나박김치는 무와 배추를 얇게 썰어 맑은 국물에 담근 것. 백김치는 속재료를 채워 맑게 담근 것. 빨간 김치에 익숙한 사람에게 이것은 다른 차원의 발효다 — 가볍고, 시원하고, 섬세하다.

🍶 막걸리 파전 — 막걸리와 파전의 조합은 오랜 관습이다. 막걸리의 탄산과 산미가 기름진 파전의 느끼함을 씻어준다. 비 오는 날 이 조합을 찾는 것은 감각의 본능이다. 막걸리 반죽에 파전을 부치면 효모가 탄산을 만들어 더 가볍고 바삭하게 된다.

🫙 새우젓 소스 — 새우젓 1큰술을 다져 참기름, 고추, 마늘과 섞으면 만능 양념이 된다. 두부 조림, 계란찜, 나물 무침 어디에나 쓸 수 있다. 젓갈의 감칠맛은 어떤 서양 소스로도 대체하기 어려운 한반도 고유의 우마미다.

💡 김치 보관과 발효 속도 조절 김치는 온도에 따라 발효 속도가 극적으로 달라진다. 4°C(냉장)에서는 발효가 느리게 진행되어 아삭함이 오래 유지된다. 상온(20°C)에서는 하루 이틀이면 빠르게 익는다. 김치냉장고가 0~4°C 사이를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빠르게 익히고 싶다면 담근 뒤 하루를 상온에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는다. 갓 담근 김치의 아삭함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담그자마자 바로 냉장 보관한다.

홍어삼합
김치와 수육
파전에 막걸리


고추 없이 시작했고, 고추를 만나 바뀌었다. 소금이 만들고, 젓갈이 깊게 하고, 유산균이 시간을 채웠다. 김치는 하나의 음식이 아니다 — 반도의 겨울과, 이웃의 손과, 수천 년의 발효가 항아리에 눌려 담긴 것이다.


📌 역사적 배경 확인
《삼국지》 위지 동이전 고구려 발효 기록 3세기 ✅
이규보 「가포육영」 무김치 기록 1168~1241년 ✅
《산가요록》 편찬 1450년대, 고춧가루 김치 없음 ✅
임진왜란 후 고추 유입 16세기 말 ✅
유네스코 김장 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2013년 ✅
일제강점기 가정 양조 금지·양조장 제도 도입 ✅
1960~70년대 쌀 막걸리 금지·밀가루 막걸리 시대 ✅
류코노스톡·락토바실루스 발효 단계 ✅

2026.04.26 - [역사와 식재료 (Food & History)] -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6)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6)

2026.04.25 - [역사와 식재료] -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4) "시간이 만든 맛" — 발효의 식탁 (4)4화 — 동아시아의 발효, 콩이 시간을 만나다 / 된장·간장·미소·낫토콩은 처음부터 먹기 좋

hanzoomworld.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