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미국 남부 어딘가의 부엌. 새해 첫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냄비가 올라간다. 블랙아이드피 — 까만 점박이 눈을 가진 작고 단단한 콩 — 를 돼지 족발이나 훈제 햄 호크와 함께 넣고 천천히 끓인다. 곁에는 콜라드 그린을 마늘과 함께 볶은 것, 그리고 옥수수빵이 놓인다. 콩은 동전처럼 생겼으니 돈을 부르고, 채소는 지폐처럼 녹색이니 번영을 가져온다 — 라는 말이 전해진다. 이 음식이 없으면 새해가 제대로 시작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 지금도 수백만 명이다.
이것을 '소울푸드(soul food)'라 부른다. 미국 흑인 문화에서 자라난 음식 전통이다. 프라이드 치킨, 콜라드 그린, 블랙아이드피, 스위트 포테이토 파이, 오크라, 콘브레드 — 이 목록은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다. 노예제라는 극한의 조건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이 만들어낸 생존의 요리학이며, 동시에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지식과 씨앗의 기록이다.
블랙아이드피와 콜라드 그린은 소울푸드의 두 축이다. 하나는 아프리카 서부에서 대서양을 건넌 콩이고, 하나는 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동시에 온 채소다. 이 둘이 어떻게 미국 남부의 식탁 위에 올라왔는지를 따라가면, 소울푸드의 탄생이 보인다.

블랙아이드피(Vigna unguiculata)의 고향은 서아프리카다. 기원전 4,000년 전후로 지금의 나이지리아, 니제르, 말리 일대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고고식물학 연구 결과다. 에티오피아 기원설도 있으나, 어느 쪽이든 아프리카 대륙이 이 콩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도와 중동으로 전파된 것은 기원전 1,000년경이며, 로마 시대에는 지중해 전역에서 재배됐다. 유럽에서는 '카우피(cowpea)'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이 콩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은 두 경로다. 하나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선박이 16세기에 서아프리카에서 카리브해로 이동할 때 식량으로 실어온 것. 또 하나 — 그리고 더 중요한 것 — 는 노예선이다. 17세기 중반부터 영국 식민지 버지니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블랙아이드피가 재배된 기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영국의 대서양 노예무역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정확히 겹친다. 씨앗을 가져온 것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들이었다 — 직접 소지하거나, 선박의 식량 창고에 적재된 것을 통해.


블랙아이드피가 남부에서 빠르게 퍼진 이유는 생태적 적응력 때문이다. 이 콩은 콩과(Fabaceae) 식물 중에서도 내건성(耐乾性)이 특히 강하다. 뿌리에 공생하는 근류균(Rhizobium)이 대기 중 질소를 고정해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 목화 단작으로 지력이 바닥난 남부의 밭에서 블랙아이드피는 오히려 토양을 회복시키는 작물이기도 했다. 더위에도 강하다 — 여름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기후에서 대부분의 유럽 콩이 고사하는 동안 블랙아이드피는 버텼다. 아프리카의 기후 조건에서 적응해온 식물이 아메리카 남부의 혹서에도 강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노예들에게 이 콩은 생존 그 자체였다. 플랜테이션에서 노예들에게 지급된 식량은 최소한이었다 — 옥수수 가루, 소금에 절인 돼지 부산물, 당밀 정도. 자신의 텃밭에서 무엇인가를 기를 수 있는 경우, 블랙아이드피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작은 공간에서도 잘 자라고, 건조하게 저장할 수 있으며,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고기를 부분적으로 대체할 수 있었다. 식물 한 종이 수백만 명의 생존을 뒷받침했다.

블랙아이드피는 미국 남부에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홉핀 존(Hoppin' John)'이라는 요리의 이름으로 가장 잘 알려졌다. 블랙아이드피를 쌀, 양파, 훈제 돼지고기와 함께 끓인 것 — 간단하지만, 이 단순함 안에 여러 문화가 교차한다. 쌀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로컨트리(Lowcountry)' 지역의 것이고, 훈제 돼지는 유럽 식민지배자의 것이며, 조리법은 아프리카의 것이다. 홉핀 존이라는 이름의 어원도 불분명하다. 크레올어 기원설, 아프리카어 기원설이 있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요리 — 그것이 도리어 이 음식의 역사를 정직하게 대변한다.
미국 남북전쟁 중에는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 있다. 1865년, 셔먼 장군의 '바다로의 진군(March to the Sea)'으로 조지아 전역이 초토화됐다. 남겨진 것은 창고에 보관된 블랙아이드피였다 — 연방군이 돼지 사료로 여겨 약탈하지 않은 것이었다. 남부의 민간인들, 특히 흑인 노예와 해방민들은 이 콩으로 겨울을 버텼다. 그 이후 블랙아이드피는 '역경을 견디는 음식'이라는 상징성을 얻었고, 새해 첫날 먹으면 복이 온다는 전통이 이 시대의 경험에서 굳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콜라드 그린의 기원은 지중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재배한 비결구 양배추가 원형이며, 로마 시대에 아프리카 북부로 전파됐다. 이것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까지 내려가는 데는 수백 년이 걸렸다. 그러나 서아프리카의 많은 지역에는 이미 콜라드 그린과 유사한 잎채소 문화가 있었고 — 야생 배추과 식물, 아마란스(Amaranthus), 모링가(Moringa) 잎을 오래 끓여 먹는 조리법이 발달해 있었다. 콜라드 그린은 이 문화적 토대 위에서 쉽게 수용됐다.
미국에 콜라드 그린이 정착한 경로도 블랙아이드피와 유사하다. 17세기 노예선과 함께, 또는 초기 식민지 시대 포르투갈·스페인 선박을 통해 카리브해에 도착했고, 이후 미국 남부로 이동했다. 기록상 미국에서 콜라드 그린이 처음 언급되는 것은 17세기 후반 버지니아의 문헌이다. 이 시기 남부의 플랜테이션 기록에는 노예들이 자신의 작은 텃밭에서 콜라드를 기른다는 내용이 간혹 등장한다. 주인들이 가치없게 여긴 그 텃밭이, 훗날 남부 요리의 정체성이 될 채소를 키우고 있었다.

콜라드 그린을 이해하려면 '포트리커(pot likker, 또는 pot liquor)'를 알아야 한다. 콜라드 그린을 훈제 돼지 뼈나 햄 호크와 함께 장시간 끓이고 나면 솥 바닥에 짙은 녹색-갈색 국물이 남는다. 이것이 포트리커다. 20세기 초까지 많은 백인 요리사들은 이것을 찌꺼기로 여겼다. 흑인 가정에서는 달랐다 — 이 국물을 콘브레드에 찍어 마셨고, 아픈 아이에게 먹였고, 음식이 부족할 때는 이것만으로 끼니를 때웠다.
포트리커의 과학이 흥미롭다. 콜라드 그린을 장시간 가열하면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수용성 비타민(비타민 C, 엽산)과 미네랄(칼슘, 철, 마그네슘)이 용출된다. 훈제 돼지 뼈에서는 콜라겐이 가수분해돼 젤라틴과 아미노산이 녹아든다. 결과적으로 포트리커는 열처리로 손실된 영양소의 상당 부분이 농축된 액체다. 폐기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은 영양의 정수였다. 플랜테이션의 가혹한 조건에서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한의 영양을 얻는 법을 체득한 사람들의 지혜가 이 국물 한 그릇에 담겨 있다.

'소울푸드'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다. 미국 흑인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이 절정에 달하던 시기,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의식적으로 명명하기 시작했다. 음악이 '소울 뮤직'이 되었고, 음식은 '소울푸드'가 됐다. 이것은 단순한 명칭이 아니었다. 노예제와 차별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음식 전통을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재정의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이 재정의에는 복잡한 긴장이 있었다. 소울푸드의 많은 요소 — 돼지 부산물 중심의 식재료, 고지방 조리법, 대량의 설탕 — 는 노예제 시대의 극빈한 조건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자유를 얻은 후에도 이 음식 전통이 지속된 것은 문화적 연속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제약 때문이기도 했다. '소울푸드'로 이름 붙이는 것이 그 빈곤의 역사를 미화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속에서도 지켜낸 존엄을 기리는 것인가 — 이 질문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흑인 공동체 안에서 계속되는 논쟁이다.

| 소울푸드 식재료 | 아프리카 기원 | 미국 도입 경로 | 역사적 맥락 |
|---|---|---|---|
| 블랙아이드피 | 서아프리카 (기원전 4000년~) | 노예선 식량, 카리브해 경유 | 척박한 토양·혹서 적응, 노예 텃밭 작물 |
| 콜라드 그린 | 지중해 기원, 아프리카 전래 | 식민지 시대 노예 텃밭 | 잎채소 조리 전통, 포트리커 문화 |
| 오크라 | 에티오피아 / 서아프리카 | 노예선, 17세기 버지니아 기록 | 검보(gumbo) 걸쭉함의 핵심 (EP.1 참조) |
| 수수(sorghum) | 에티오피아 / 사헬 지대 | 노예선, 사탕수수 부족 시 단맛 대체 | 수수 당밀(sorghum molasses)로 전용 |
| 돼지 부산물(족발·귀·내장) | 유럽(포르투갈·영국) 도입 | 주인이 버린 것 → 노예 식량 | 버려진 재료의 재발견 — 페이조아다와 동일한 구조 |
아이러니한 것은, 소울푸드가 미국 남부 요리 전체에 미친 영향이다. 프라이드 치킨은 오늘날 '남부 음식'의 상징이지만, 닭을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남부에 가져온 것은 서아프리카 노예들이었다는 증거가 상당하다. 스코틀랜드 이주민들이 닭을 팬에 튀기는 방식(pan-fried)을 갖고 있었고, 서아프리카인들이 기름에 깊이 튀기는 방식(deep-frying)을 갖고 있었다 — 두 전통이 플랜테이션 부엌에서 만난 것이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견해다. 요리는 살아남았지만,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은 오랫동안 역사에서 지워졌다.
1864년 노예해방 이후, 자유를 얻은 흑인들이 가장 먼저 한 것 중 하나는 자신들의 음식을 팔기 시작한 것이었다. 노점, 간이식당, 케이터링 — 그들의 요리 솜씨는 생계 수단이 됐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이 만든 '남부 음식'의 명성은 이후 수십 년 동안 백인 요리사들의 이름으로 팔렸다. 소울푸드라는 이름이 1960년대에 등장한 것은, 그 지워진 역사를 되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오크라·얌·수수(EP.1)에서 살펴봤듯, 노예선은 인간만이 아니라 식물 종도 운반했다. 블랙아이드피는 그 목록의 핵심이다.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자신이 먹던 작물을 아메리카까지 가져온 것 — 그것이 오늘날 소울푸드의 식물적 기반이 됐다.
브라질 페이조아다(EP.3)가 주인이 버린 돼지 부산물로 만들어졌듯, 소울푸드도 같은 구조다. 대서양 양편에서, 같은 시대에,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포트리커와 페이조아다의 검은 국물은 서로 다른 언어로 쓰인 같은 문장이다.
홉핀 존에 들어가는 쌀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쌀이다. 그런데 이 쌀 농업 자체가 서아프리카 노예들의 기술 없이는 불가능했다. 아프리카 쌀 품종과 논 관개 기술을 가져온 것도 노예들이었다. 다음 화에서 이 이야기를 풀어낸다.
블랙아이드피를 활용하는 가장 전통적인 소울푸드 레시피다. 훈제 햄 호크 대신 구하기 쉬운 베이컨이나 훈제 파프리카로도 만들 수 있다. 핵심은 콩을 오래 끓여 국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것 — 그 국물이 쌀에 스며드는 것이 홉핀 존의 본질이다.
[향미 베이스] 베이컨 4장 (또는 훈제 햄 호크 1개) · 양파 1개 (다진 것) · 셀러리 2대 (다진 것) · 마늘 4쪽 (다진 것) · 청양고추 또는 할라피뇨 1개 (선택)
[시즈닝] 훈제 파프리카 파우더 1작은술 · 타임(생 또는 건조) 1/2작은술 · 월계수잎 2장 · 소금 · 후추
[밥] 장립종 쌀(안남미 또는 안남미형) 1컵 · 쌀 삶은 물 또는 육수 2컵
[마무리] 쪽파 한 줌 · 핫소스(타바스코 등) 기호대로
1. [하루 전] 콩 불리기 건조 블랙아이드피를 넉넉한 물에 8~12시간 불린다. 캔 제품 사용 시 이 단계 생략. 불린 콩은 헹궈서 사용한다.
2. 베이컨 볶기 두꺼운 냄비(더치 오븐 이상)에 베이컨을 넣고 중불에서 바삭하게 볶는다. 베이컨을 건져내고 기름은 냄비에 남긴다. 이 훈제 기름이 홉핀 존의 베이스 향이다.
3. 채소 볶기 베이컨 기름에 양파와 셀러리를 넣고 7~8분 중불 볶음. 투명하고 부드러워지면 마늘과 고추를 넣고 2분 더. 훈제 파프리카와 타임을 넣고 30초 볶아 향을 낸다.
4. 콩 끓이기 불린 콩과 물(또는 육수) 1L, 월계수잎을 넣고 강불로 끓인다.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뚜껑 반쯤 열고 40~50분. 콩이 부드러우면서도 형태를 유지할 정도로. 국물이 걸쭉해지는 것이 목표다. 이것이 '포트리커'의 미니 버전이다.
5. 쌀 합치기 콩 국물에서 1~1.5컵을 덜어내 쌀 짓는 데 사용한다(쌀:국물 = 1:1.8~2). 남은 콩 냄비에 씻은 쌀을 직접 넣어 함께 지어도 된다 — 단, 이 경우 국물 양을 조절해야 한다. 전통 방식은 쌀을 따로 지어 콩 위에 얹는 것이다.
6. 마무리 볶아뒀던 베이컨을 부수어 위에 올린다. 쪽파를 뿌리고, 핫소스는 개인 기호대로. 곁에 콜라드 그린 볶음이 있다면 완전한 소울푸드 식탁이다.
포인트: 블랙아이드피는 과하게 익히면 으깨진다. 콩이 겨우 부드러워지는 시점에서 불을 끄고 15분 뜸을 들이면 형태가 살아있다. 국물의 걸쭉한 정도가 이 요리의 생명 — 너무 묽으면 쌀에 스며들지 않는다.

한국에서 블랙아이드피는 '동부콩'이라는 이름으로 재래시장이나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놀랍게도 한국 동부콩과 아프리카-미국의 블랙아이드피는 같은 종(Vigna unguiculata)이다 — 고대 실크로드를 통해 동아시아까지 전파된 것이다. 동부팥을 쓰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이 된다. 홉핀 존을 처음 먹으면 '이게 콩밥이랑 뭐가 달라?' 싶다. 그런데 훈제 향과 함께 포크로 천천히 떠먹다 보면, 이것이 단순한 콩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국물이 쌀에 스며든 그 한 숟갈 안에 수백 년의 이야기가 있다.
이름도, 언어도, 고향도 빼앗겼지만
어떻게 콩을 불려 어떻게 볶는지는
아무도 빼앗지 못했다.
소울푸드는 생존법이었고
저항이었으며
기억이었다.
새해 첫날 블랙아이드피를 먹는 사람들은
그 기억을 반복하고 있다 —
아마 스스로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