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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식재료 (World Ingredients)

메이스 (Mace)

by 소금꽃한스푼 2026. 4. 24.

🌰 메이스 (Mace)

같은 나무, 더 귀한 쪽 — 메이스 이야기

너트메그를 아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 메이스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같은 나무에서 나오는데. 같은 열매에서 나오는데. 오히려 역사적으로는 너트메그보다 더 비쌌던 향신료인데.

Myristica fragrans. 육두구나무. 이 나무의 열매가 벌어지면 안에 씨앗이 있다. 그 씨앗이 너트메그다. 그런데 그 씨앗을 감싸고 있는 레이스처럼 생긴 빨간 껍질 — 그것이 메이스다. 한 나무에서 같이 나오지만, 양이 훨씬 적다. 너트메그 1kg을 얻을 때 메이스는 100~150g밖에 나오지 않는다.

희귀한 것은 비쌌다. 중세 유럽에서 메이스 한 봉지는 소 몇 마리 값이었다.

그 이야기는 향신료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시작된다.

Mace - https://www.thespicehouse.com/blogs/news/what-is-mace?srsltid=AfmBOoqZcj8ihEpow594_BCp-iAZJ6ZD0MVQEhjszK71i5wZrJePThmh


🌍 역사와 문화

메이스와 너트메그는 오직 한 곳에서만 났다.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 그 중에서도 반다(Banda) 제도라는 손바닥만 한 섬 무리. 중세 유럽에서 이 향신료들은 '향신료 군도'에서 온다는 것만 알았지, 정확한 위치는 아랍 상인들이 철저히 비밀로 했다.

아랍 상인 → 베네치아 → 유럽. 이 경로를 거치면서 메이스 가격은 산지의 수백 배가 됐다. 14세기 영국에서는 메이스 1파운드로 세 마리 양을 살 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세 유럽 귀족의 식탁에서 메이스는 부의 상징이었다. 음식에 넣는 것이 아니라, 넣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썼다.

포르투갈이 1511년 말루쿠 제도에 도달했다. 향신료 무역의 독점이 시작됐다. 그리고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가 포르투갈을 밀어내고 반다 제도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반다 원주민 대부분이 학살당하거나 노예가 됐다. 메이스 한 봉지에 담긴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어둡다.

VOC는 공급을 통제하기 위해 반다 제도 외의 모든 육두구나무를 불태웠다. 향신료 독점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8세기, 프랑스가 묘목을 빼돌려 모리셔스와 카리브해에 심는 데 성공했다. 독점이 무너지면서 가격이 폭락했다. 서서히 메이스는 귀족의 향신료에서 일반 향신료로 내려왔다.

오늘날 메이스의 최대 생산지는 인도네시아와 그레나다다. 그레나다는 국기에 너트메그가 그려져 있을 만큼 향신료 농업이 핵심 산업이다. 그리고 메이스는 너트메그보다 알려지지 않은 채, 전문 제과점과 향신료 애호가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사랑받는다.

https://cookingmasala.com/product/organic-mace-real-mace-indian-javitri-whole-mace-flower-ground-mace-mace-powder-indian-spices-immune-booster-herb/
https://spicyorganic.com/blogs/news/unlocking-the-secrets-of-mace-spice-a-comprehensive-guide-to-history-benefits-and-uses?srsltid=AfmBOooA7lpSVcYCfnb3VzdmvFfulL9-MnBY_pJOXwJX7u49fszoczEa


🔬 영양과 과학

메이스의 향은 너트메그와 비슷하지만 더 섬세하고 밝다. 너트메그가 묵직하고 따뜻한 향이라면, 메이스는 거기에 약간의 후추향과 꽃향이 더해진 느낌이다.

주요 향기 성분은 사비넨(sabinene), 미리스티신(myristicin), 엘레미신(elemicin) 등 테르펜 화합물이다. 미리스티신은 대량 섭취 시 환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졌지만 — 요리에서 쓰는 극소량에서는 전혀 문제없다. 향신료로 쓰는 용량은 이 문제와 무관하다.

항균 효과 — 메이스 에센셜 오일의 항균 작용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됐다. 중세에 음식의 부패를 막기 위해 향신료를 썼던 것이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실용적 목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소화 촉진 — 전통적으로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에서 메이스는 소화 불량, 복통, 구역질에 사용됐다. 위 운동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요리에서의 특성: 열을 가하면 향이 부드럽게 퍼진다. 너트메그보다 섬세하기 때문에 섬세한 요리 — 흰 소스, 수플레, 생선 요리 — 에 더 어울린다. 갈아서 쓰면 향이 빨리 날아가므로 가능하면 통메이스를 구입해 쓸 때 직접 갈아 쓰는 것이 좋다.

💡 너트메그 vs 메이스 차이 둘을 대체해서 쓸 수 있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너트메그는 진하고 달콤하며 따뜻한 향 → 호박파이, 에그노그, 베샤멜 소스에 잘 맞는다. 메이스는 좀 더 밝고 섬세하며 약간 매콤한 향 → 흰살 생선, 수프, 파운드케이크, 피클에 어울린다. 둘 다 없을 때 서로 대체 가능하지만, 메이스를 쓰면 결과물이 한 단계 더 섬세해진다.


🍽️ 대표 요리와 활용

🫙 네덜란드식 피클(Dutch Pickles) — 네덜란드가 반다 제도를 장악하던 시절, 메이스는 네덜란드 요리 깊숙이 자리 잡았다. 오이, 양파, 당근 피클에 메이스 한 조각을 통째로 넣으면 특유의 따뜻하고 복잡한 향이 배어든다.

🍮 영국식 쌀 푸딩(Rice Pudding) — 중세 영국 귀족 요리에서 메이스는 쌀 푸딩의 필수 향신료였다. 우유, 쌀, 설탕, 그리고 메이스 한 꼬집. 지금도 영국 전통 레시피에는 너트메그 대신 메이스를 쓰는 버전이 남아 있다.

🐟 프랑스식 쿠르부이용(Court-Bouillon) — 생선을 삶는 향신료 육수. 월계수 잎, 통후추, 파슬리와 함께 메이스 한 조각이 들어간다. 메이스의 섬세한 향이 생선 잡내를 잡으면서 육수에 깊이를 더한다.

🫕 인도 비리야니 — 인도 요리에서 메이스는 가람마살라의 구성 요소 중 하나다. 특히 무굴 황실 요리에서 발전한 고급 비리야니에는 너트메그 대신 메이스를 써서 향이 더 섬세하고 우아하다.

🎂 영국식 파운드케이크 — 버터, 달걀, 밀가루, 설탕의 기본 파운드케이크에 메이스 한 꼬집. 바닐라와는 다른 방향의 따뜻한 향이 더해진다. 18세기 영국 제과 레시피의 기본 공식이었다.

https://harvestarray.com/products/dutch-kettle-amish-home-style-sweet-dill-pickles?srsltid=AfmBOooRjy8cY5rZZMp4mDCuv_Pnm1rchV8k30el9uzZFMAG_a4QSpNs
https://spicyorganic.com/blogs/news/unlocking-the-secrets-of-mace-spice-a-comprehensive-guide-to-history-benefits-and-uses?srsltid=AfmBOooA7lpSVcYCfnb3VzdmvFfulL9-MnBY_pJOXwJX7u49fszoczEa


반다 제도의 작은 씨앗 하나를 두고 제국들이 싸웠다. 메이스는 그 싸움의 가장 아름다운 부산물이었다 — 피로 얻었고, 요리로 남았다.